잡담 잡상

 

"공포와는 타협하지 말라. 아니 상의조차도 하지 말라."

-조지 S. 패튼

 

전장에서 공포는 금물이다. 아무리 산더미같이 많은 적이 몰려오더라도 잘 훈련된 기관총 사수는 능히 적을 막아내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안개가 자욱한 저 멀리서 이상한 소리를 내는 물체가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고, 발사한 기관총은 모조리 튕겨내면서 구축된 전선을 향해 돌진하였다. 그 심리적 압박감은 대단하였고, 곧바로 전열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1915년 전차의 데뷔무대였다.

 

어디선가 갑자기 등장한 영국군의 못생긴 강철관은 후대에 너무나도 강한 인상을 준 나머지, 이 강철괴물이 어디에서부터 등장하였는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래로 전차가 등장하기까지 50년의세월이 필요하였고, 그동안 수많은 과학자, 군인, 심지어 농부들의 아이디어가 빋어낸 당시 기술의 결정체였다. 이 책 『모리나가 요우의 일러스트로 보는 탱크의 탄생』은 한국에서 다소 생소한 전차의 태동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책은 고리타분하기만 할지도 모르는 역사 이야기와 수많은 실패담을 당시의 시각으로 해석하여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류의 도서는 그림과 설명이 뒤엉켜있어 이해하기 읽기 어렵고 어지러워 별로 선호하는 책은 아니었으나, 전차의 탄생이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터닝포인트에 모리나가 요우의 일러스트 실력, 그리고 소소한 상식과 당대의 고민을 고스란히 잘 버무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반복적으로 읽게 되었다.

 

특히 단순하게 무적으로만 알려졌던 1차대전의 전차 승무원들이 서로 대화는 물론이요 숨쉬기 조차 어려운 환경을 현장감있는 일러스트로 전달하면서도 적재적소에 필요한 만큼의 설명이 덫붙여져 이 책에 대해 점점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전차라 하면 2차대전 나치 독일의 강력한 전차군단만 떠올리고 탐닉했던 필자에게는 영국이 써 내려간 혁신적인 리틀윌리와 마크전차의 개발사는 큰 흥밋거리가 되었다. 참호를 돌파하기 위해 설계된 전차가 참호에 빠지면 연료관의 위치로 인해 엔진이 꺼지기도한다는 점이나, 독일군이 운용한 A7V의 승무원이 18명이나 된다는점, 그러면서도 차내 버스고리 같은 손잡이줄. 조종보조를 위해 아슬아슬하고 위험천만한 접이식 의자를 문에 설치했다는 점은 당시 기술자와 군인들의 고충을 그대로 반영한 책이었다. 다만, 이런 영국의 눈부신 혁신에 대비한 타국의 전차 개발사에 대한 부분은 다소 부족하다 느껴졌다. 2차대전의 전차까지 이어지는 가장 위대한 전차라 일컬어지는 프랑스의 FT-17, 전쟁과는 별 상관이 없었지만 전차개발에 흥미를 느꼇던 미국의 개발사는 배제된것이 매우 아쉬웠다.

 

이는 후속도서가 하루빨리 출간되어 부족한 갈증을 깔끔하게 해결해주어야 할 남은 숙제가 아닌가싶다.

이 책은 전통적인 밀리터리 마니아라면, 특히 양차 대전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반드시 필독해야하만 한다. 전차라는 일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병기의 탄생을 담고있는데, 읽지 말아야할 이유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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